지금 대추농장에선 하루가 짧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할일이 많이 많이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들 학교 보내고 바로 밭으로 직행
긴사다리와 아주 긴 철가위를 이용해 새로 올라 오는 순들을 모조리
잘라주고 있거든요
하루 이틀 사흘...시간이 지날수록 몸도 지쳐가네요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은
모처럼 쉬는 날이지요 좋아라!!!
대추순을 치다보면 간간히 작년에 결실한 열매들이 아직도 데롱데롱 달려있는데
기분이 참 묘하네요
다른 대추열매들 다 떨어질때 꿋꿋하게 붙어 있다가
한해가 지나고 새해가 들어서면서 새싹들이 솟아나는데
아직도 그 모양 그래도 붙어 있으니
의지의 대추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쓸모없는 대추라고 해야 하나...
초록의 새순들 사이에 빨갛게 물든 쪼글쪼글한 대추를 보니
묘한 감정마저 듭니다.
이걸 어떻게 할까?
떨어뜨려 아니면 그대로 둘까?
순간적이지만 고민이 되네요
그래,
그냥 니 맘대로 하세요
여지껏 니 맘대로 했으니 남은 시간도 니 맘대로 하세요
비가 그치고 나면 또다시 대추 새순들과 만남을 가지겠지만
지금은 따뜻한 방에 있으니 넘 좋아요
아이들도 다 학교에 가고
남편이랑 방바닥에 누워 실컷 잠이나 자야 할까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