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가의 들판에는 벼들이 이렇게 고개를 숙이며
갸날픈 몸에 무거운 짐들을 짊어지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익어가는 벼를 비유해 겸손하면 머리를 숙인다고 하지요 아마....
누런 황금 물결을 치는 들판을 바라보지만
마음은 그리 황금 물결처럼 풍요롭지가 않습니다.
봄에 뿌렸던 씨앗들을 이제 하나씩 하나씩 걷어 들이며 수확을 기쁨을 만끽하지만
내 마음은 왜 이렇게 무거울까?
저녁을 먹은 후 전화가 왔네요.
산림청 산하에 있는 기관인것 같은데
올해 수확은 어땠나요?
전년대비 결실은 어땠나요?
내년에도 대추 면적을 그대로 유지 할건가요?
.....
대답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기분이 많이 착찹합니다.
내년에 우리 농장은 대추농장의 일부분을 다른 작목으로 전환할 계획인데
계획을 잡고는 있지만 막상 움직일려고 하니 깝깝합니다.
대체 무슨 작목으로 대체를 해야 할까?
매년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건데
"뭐가 좋다고 하더라"하면 너도 나도 할것없이 모두 그 걸 재배하고
그 다음해에는 물량이 넘쳐나 가격이 폭락하고...
그러나 또...수없이 반복되는 얘기들뿐...
소비는 한정이 되어 있는데 물량은 넘쳐 나고...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서 아이들을 키우며 이십여년을 농업이라는 직업을 갖고
농사에 전념할수 있을까?
차라리 직장을 다녔으면...
매월 매월이 안정적이진 않을까?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차 있네요.
직장 니시는 분들이 보시면 욕할수도 있겠네.
다들 나름대로 고민과 생각들이 많을텐데.....
근데 농업은 정말 미래가 없는 걸까?
